['형과의 관계'에 대해서 묻는다.]
형과의 관계는 매우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저를 늘 못마땅해하셨지만 형은 그런 저를 빼놓지 않고 늘 챙겨주었었죠.
하지만 아버지는 제가 형과 친밀하게 지내는 것도 그리 달가워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형은 늘 아버지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만 저를 챙겨주어야 했어요.
다행인 것은 그래도 형의 평소 인망이 두터웠던 터라 형이 저를 챙기는 것을 본 사용인들이 모두 형을 따라 저를 조금씩 챙겨주었다는 것입니다.
형과 형을 따르는 그 분들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의 저는 없었겠지요.
그래서인지 집에 돌아갔을 때 저를 보는 사용인들의 시선을 마주할 때면 계속 형의 생각이 나더군요.
하!
[공통]
아, 그러고보니 지금 한 이야기들은 그저 저에 관한 사실들의 나열일 뿐이니 고해성사를 했다고 하기엔 조금 부족한듯 싶군요.
후후후.. 제가 이래보여도 꽤나 신실한 신도인지라.
아무리 저의 신이 아닌 매달 앞의 고해성사라 하더라도 이렇게 적당히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겠지요.
그럼.. 어쩐다.. 고민.. 흠.. 진짜 고민이라..
최근에 품고 있는 고민은 이 사소한 문제 밖에 없는데 이거라도 들어주시겠습니까?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이번에 아버지의 사무실을 이어받았는데 말이지요.
너무 삭막한 장소라 꽃이나 화분을 들여올까 했는데 마땅한 화초를 고를 수가 없더군요.
일단은 제 하인이 '콜레우스'라는 꽃을 골라오긴 했는데 이번에는 또 꽃말이 문제더라구요.
절망적인 사랑이라니.. 아직 독신인 제가 사무실에 들여놓기엔 너무 사연있어보이는 꽃말 아닙니까?
게다가 잎을 오래 감상하기 위해서 처음으로 올라오는 꽃대를 모두 잘라주어야 한다니 분명 말이 나올 것 같아 고민입니다.
정 말이지 귀족놈들이란.. 이런 사소한 말장난 하나까지 모두 고려해야한다니 정말 성가시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제서 이 자리에 앉은 것을 후회할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사제님께서 제게 추천해주실 꽃은 뭔가 없으십니까?
[헬리크리섬]
그의 형제이야기를 듣고 있자 하니 어쩐지 헬리크리섬이라는 꽃이 생각난다.
태양을 닮은 노란빛으로 아름다운 이 꽃은 영원, 불멸의 꽃이라고도 불리우는 이유는 이 꽃은 바싹 마른 뒤에도 이전과 같이 선명한 황금빛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이름은 종이 꽃이라 불리는데 사실 이 꽃의 꽃잎은 이미 바싹 말려져 있기 때문에 생화상태에서도 꽃잎이 바스락거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그 꽃은 여전히 매마른 꽃잎을 선연하게 빛내며 황금의 결정체처럼 빛을 발하고 있으리라. 꽃말은 항상 기억하라
(꽃의 이름과 꽃말을 들은 조금 묘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더니 가볍게 목례를 하고 고해실을 나섰다. 다음 상담자를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