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젊었을 적에 어깨를 다친 적이 있습니다. 

마창 대회 선수시절 때 말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생긴 부상인데 

비가오는 날이면 저도 모르게 어깨를 붙잡고 고통을 삭히고는 하죠. 

평상시 생활때는 괜찮지만 가끔 어깨가 빠질때도 있어서 고민이었습니다만.. 

최근에는 이에 관련해서 또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고민의 원인은 친위대 임시 사령부에 새로 들어온 신입 친위대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 친구가 참 싹싹하고 성실하기는 한데 잔 걱정이 너무 많은 것이 흠이더군요. 

동료를 위하는 마음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마음이 과하다고 할까.. 혹은 예상치 못한 곳으로 튄다고 할까. 

문제가 생긴 건 몇 주전 비가 심하게 오던 때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예상치 못한 기상이변으로 모든 마을이 혼란에 빠져있었죠. 

티르코네일이나 벨바스트만큼은 아니었지만 타라에도 크고작은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바람에

 친위대의 병사들도 모두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저 또한 현장에서 직접 뛰어다니며 인력이 모자란 곳에 인원들을 배치하며 

사후 수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갑자기 어깨에서 통증이 느껴지더군요. 

욱씬거리는 느낌은 익숙하지만 찌르는듯한 통증앞에서는 저도 별 수 없는지라 잠시 인상을 찌푸렸는데 

하필 그 모습을 집으로 돌아가던 어린 소녀가 보았던 모양입니다. 

제게 작은 손수건을 내밀며 아저씨 어디 아파? 라고 하는데 걱정시킬 수는 없고. 

입을 열려고 할때마다 통증이 심해져서 애써 웃음지으며 다른 병사에게 눈짓을 보냈는데 

하필이면 그때 제 근처에 있던 것이 그 신입 이였던 것입니다.. 

 

그 신입에게 따로 설명한 적은 없었지만 그는 아무래도 제 어깨의 상태가 극비의 정보라고 생각했었던 모양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부상에 대해서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거든요. 

숨긴적은 없지만 딱히 떠벌리고 다닐 만한 내용도 아닌 것이라 

그냥 말하는 것을 삼가하고 있었는데 신입의 눈에는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지요. 

아이를 달래어 보호자에게 돌려보내는 것까지는 알아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대체 무슨이야기가 오고간 것인지.. 

비가 그친뒤에 보고를 위해 왕성에 입궁했던 저에게 시네이드 보좌관이 묻더군요. 

페이단 친위대장, 혹시 왼쪽 어깨에 흑염룡을 봉인하고 계십니까? 하고요. 

어디서 구한 용의 힘인지 모르지만 침식이 깊어지면 제어하기가 더 힘들어질테니 

미리미리 성수찜질을 하던가 연금술사들에게 새로운 봉인도구를 부탁해보라는데 

너무 진지한 표정이라 농담을 하시는건지 조언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언뜻 부하들 사이에 도는 소문으로는 

태양아래서만 용의 힘이 잠잠해지기 때문에 임시 사령부가 밖에 있다고 하기도 하고.. 

남은 세마리의 용은 왕성의 지하에 봉인되어 있기때문에 제가 타라를 떠나지 못한다고 하기도 하고.. 

저는 비가 오기 전에도 멀쩡히 벨바스트에 다녀왔습니다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소문이 더 커지기 전에 정정해야 할 것 같아 도움을 구하고자 합니다. 

이대로 연회장까지 소문이 퍼진다면 키이스나, 레자르 경, 심지어 엘리네드 백작부인의 귀에도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가 들어가게 될텐데.. 

벌써부터 부끄러워지는 군요.

 

안심하라구!! 우로보로스는 영웅맨이 해치웠으니까요!

 

 

 

 

 

 

 

 

정확히는 해치운게 아니고 한 대씩 쥐어박은 뒤에 기절한 틈을 타서 제단을 강탈한거 아닙니까..

 

 

 

 

 

 

 

 

제단이 제가 좋다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지켜놓으면 도망치고 수리해 놓으면 도난당하고..

수호자라는 직업이 이렇게 고생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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