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_Open_Ocean@tabletopaudio.com
당신은 연두색 초롱을 들고 연두색 지붕의 집으로 올라갔습니다.
부둣가에서 가장 동쪽 끝에 있는 집은 마을에서 그나마 젊은 축에 속하는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문을 두드리자 피곤해 보이는 인상의 남성이 문을 열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남자 : 아...예.. 안녕하세요. 예. 촌장님께 연락 받았습니다.
남자가 손을 내밀어 보이고 있습니다.
당신이 초롱을 넘겨주자 남자는 초롱의 내부를 살펴보고는 잠깐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남긴뒤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남자 : 여보, 성냥 어디있어?
잠시 현관앞에서 당신을 등진채 서 있던 남자가 불이 켜진 등을 가지고 대문앞으로 돌아왔습니다.
남자는 대문의 옆에 초롱을 걸어두고는 피곤한듯 뒷목을 주무르며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집안으로 돌아가려던 남성이 당신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는 당신이 왜 아직도 촌장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집 앞에 서 있는지 궁금한 눈치입니다.
남자 :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남자는 잠시 의아해하는 눈치이지만 이내 순순히 자신들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남자는 예전부터 섬에서 자란 토박이로 섬에서 기술직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섬에서는 고만고만한 일이었기 때문에 남자의 직업적 기술을 그다지 전문적이지는 않았던것 같습니다.
다만 이것저것 잡다하게 두루 익힌 덕분에 남자는 섬에 있었던 의료시설에도 드나들며 자잘한 수리를 담당했던 것같습니다.
그의 아내는 원래는 섬 밖에서 온 사람으로 높은 페이를 제시받고 섬까지 찾아온 모양입니다.
섬의 의료시설은 아주 작고 간단한 구조로 본래라면 사람을 구할 필요는 없는 곳이지만
R교수의 아내를 비롯해서 몇몇 사람들이 요양을 겸하여 섬에 머무르기 시작하며 사람을 필요로 하게 되었던 모양입니다.
여성은 이 섬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되었고 이후 섬에 눌러앉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남자는 본래 타인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별다른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수해가 일어난 직후 여러 집의 뒷처리를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하던 통에 정작 본인들이 섬에서 나갈 타이밍을 놓쳐버렸고
그 결과 지금까지 섬에 남아있게 된 모양입니다.
벨바스트에서 나온 보조금으로 밖에서 구할 집을 찾아보았지만 떄가 시기가 너무 늦어
당시 가지고 있는 자금으로는 마땅한 주택을 구할 수 없었던것 같습니다.
그는 R교수의 소개로 몇 년전부터 새로운 자격증을 공부하고 있으며 이 공부가 끝나면
마을회관의 다른 노인의 추천을 받아 벨바스트가 아닌 울라로 갈 예정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좀처럼 시험에 합격하지 못해 부부는 모두 초초한 모양입니다.
여러가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던 남자는 당신에게 혹시 핸드폰이 안되거나 하시진 않나요? 하고 물어옵니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외부와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마을회관의 통신기기가 오늘 아침부터 말썽을 부렸던것 같습니다.
남자는 아침부터 지금가지 마을회관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수들의 보조로 일하다 온 모양입니다.
당신은 핸드폰을 확인해보지만 당신의 핸드폰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당신이 섬에 대해서 묻자 남자는 무엇을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눈치입니다.
섬에 대한 감상이나 그동안의 느낌이라고 덧붙이지만 남자는 계속 이 섬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당신이 말하는 다른 점이라는 것을 표현할 수 없다고 대답합니다.
남자는 머뭇거리다가 아내에게 물어보고와도 되는지를 묻습니다.
잠시 후 남자가 집안으로 들어가고 여성이 나왔습니다.
여성은 남편에게는 냄비를 지켜보라고 하고 나왔다며 당신에게 질문이 무엇이였는지를 다시 되묻습니다.
당신의 질문에 여성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합니다.
<젊은 부부의 이야기>
여성 :
섬...이요? 섬은 그냥 섬이죠. 조금 낡은 관습이 많아서 성가시기는 하지만 그래도 쓸데없는 마을 행사에 불려다니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요.
이전에 있었던 곳은 툭하면 잔치준비다 협동행사다 하며 사람을 불러내기 일수였거든요.
그러고도 결국 즐기는 것은 어르신들뿐이고 젊은 사람들은 일꾼으로 불려나온 신세.
이 섬에서도 그런 비슷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예전에 있었던 곳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어요.
밤에 돌아다니지 말라는 말도 그래요.
작은 섬이라도 범죄가 아주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당연히 어둠속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경계해야겠지요.
게다가 시설이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고 밤길이 어두운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굳이 그런 어둠속을 위험하게 돌아다닐 필요가 있을까요?
우리는 집이 부둣가 근처이다보니 사실 밤에 사람이 돌아다니는 기척이 들리면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그러다가 발이라도 헛디뎌서 물에 빠지기라도 하면 그게 또 무슨 날벼락이겠어요.
듣자하니 저쪽 사당으로 가는 언덕길도 한밤중에는 어두워서 자주 사고가 일어날뻔 했다고 해요.
오죽했으면 아이들에게 올라갈때는 왼쪽 내려올때는 오른쪽이라고 일러주는 집도 있었다니까요?
뭐..그 이전에 밤에 애들을 안내보내는게 우선이었지만.
그 이외에는.. 글쎄요? 마을사람들끼리 파벌이 있었다는 것..?
저희집은 아예 논외에 속하는 위치라, 아 부둣가를 이야기 하는거에요.
부둣가 늘어선 몇몇 집들 있지요? 네. 그 5개의 집이요. 하나는 예외이지만, 뭐 그런 라인에 있는 집들은 어느쪽에도 속하지 않았더 집들이에요.
예전부터 알음알음 뭉쳐다니는 청년무리들이 있었는데, 그게 언제였더라.. 응, 성당.
성당이 생긴 이후로 노골적으로 파벌을 형성하는 무리들이 생겨났어요.
성당과 R교수님의 집을 중심으로 신세대라고 주장하는 청년들이 뭉쳤고
그에 반발하듯 완장차기 좋아하는 어르신들이 구세대라는 말을 들고 나오셨죠
뭐, 양쪽다 별로 하는 일은 없었지만요.
그냥 뭉쳐다니고 으스대고, 이따금씩 마을사람들이 소식을 주고받을때 무리들을 가리키는 용도로 사용되기는 했어요.
이를테면 노란집의 아들을 그 청년무리들 중에서 목소리 크던 덩치있잖아 하고 부르는 그런 용도요.
하지만 무리가 커지면 의례 그러하듯이 청년무리들도 두 분류로 분리 되었고.. 음.. 그다음은 모르겠네요.
남편이 그 무리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게 좋겠다고 말해서 말이죠.
그래도 아예 소문을 안듣고 살 수는 없어서 근처 아줌마들에게서 들었었는데 청년 무리들이 성당파와 R교수님파로 나뉘었다고 했었어요.
깡패들도 아니고 파는 왜 나누나 했었는데 마냥 웃어넘길일은 아니었더라구요.
성당쪽 무리들이 촌장의 집에서 제사를 준비하는 것을 훼방놓기 위해 담을 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는 저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으니까요.
아시다시피 사람 마음이라는게 그렇잖아요. 100%믿지는 않지만 1%라도 탈이 날것 같으면 신경쓰이는거.
아무튼 그래서 구세대 노인들과 싸우던 청년무리들이 저들끼리 싸우기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 저도 신경을 끊었어요.
사실 그 청년무리들라고 하는 사람들, 처음부터 이상한 사람들이었다구요.
아무런 이유없이 주황색 집 남자를 헐뜯지를 않나 괜히 잘 있는 남의 집 마당에 참견하지를 않나.
특히나 서쪽 부둣가 끝에 있는 분홍색집. 네, 제가 아까 한 집은 예외라고 했었죠?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이 성당파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청년이었어요. 부부였는데, 난 그 집 안사람이랑은 친해지지 못하겠더라구요.
항상 음침하고 무슨생각을 하는지 알 수도 없고. 가끔 넋을 놓고 있는 것 같아서 안쓰럽긴했는데 그래도 자기 자신은 스스로 챙겨야 하잖아요?
뭐.. 그래도 안됬긴 했어요. 그 사람도 섬 밖에서 온 사람이라 적응하기 힘들었을텐데 남편은 툭하면 큰소리에 시댁까지 등쌀이고.
그 집은 섬의 서쪽 끝에 있는데 시댁은 섬의 동쪽 중턱에 있었거든요.
직선으로 그어도 섬에서 가장 먼 거리였을거에요. 하지만 글쎄 그 집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매일 부르는것 있죠? 그것도 아침새벽부터 말이에요.
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운이 좋아요. 내 남편은 조금 어수룩하지만 내게 잘해주고, 또 우리는 시댁도 친가도 없거든요.
이야기가 조금 길어졌는데.. 이정도면 괜찮았나요?
여성은 당신에게 가볍게 인사한뒤 다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잠시 뒤 남자가 나왔습니다.
남자는 뚱한 표정으로 팔뚝을 문지르고 있습니다.
냄비가 넘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며 아내에게 혼이 난 모양입니다.
<젊은 부부의 이야기>
남자 :
아이들.. 이라면 그 아이들을 말하는 것이군요.
굳이 어떻다고 말하기에는 저도 별로 관심이 없었던지라..
음, 조금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 집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아내앞에서는 되도록 담담하게 보이려고 하지만 사실, 그 집 아들에게 당하고 산 적이 많아서요.
물론 그녀석이 그렇게 사고를 당하고 나서 손주들만 남게된 늙은 아주머니 아저씨만 남은 것이 조금 가엾다 생각이 들.. 때도.. 있겠지만..
사실, 그 성격이 어디서 왔겠어요..
남은 분들이 점잖으신 분들이어서 그런지 그 두분의 성격이 얼마나 안좋은지 더 확연하게 드러나보이더라구요.
수리하는것도 한두번이지 솔직히 좀 피곤해요. 마음같아선 얼른 섬을 떠나고 싶은데 이도저도 안되니 나원 참..
아, 그렇지. 아이들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제가 아이들에 대해서 아는 거라면 아내도 별로 아이들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과
예전에 그 집 아주머니가 우리집에 아이들을 맡기러 왔다는것 뿐이에요.
아침마다 우리집에 와서 문을 두드리는데 그 땐 정말 지옥이였죠.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끼리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살아야하는데 큰소리를 낼 수도 없고.
그런데 제가 없는 사이에 아내가 벌써 한소리 했던 모양이더라구요.
아내가 저에게 다른 교수님들에게 잘 말하라고는 하는데 당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건지.
어찌어찌 잘 설명이 되어서 넘어가긴 했지만 그 다음도 문제였어요.
말없이 멀리서 시선이 느껴지면 어김없이 그 집 아주머니가 있는데.. 후우, 이 이야기는 그만하죠.
아무튼 그 뒤로는 성당에서 아이들을 봐준다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가끔씩 제가 마을회관에 갈때도 오고가며 마주치기는 하는데.
그것뿐이죠. 아내가 무슨일이 있었는지 작은아이라면 질색을 해서 사실 마주친다기보다는 스쳐지나가는 수준이거든요.
아이들도 그걸 알고 저희들에게는 잘 다가오지 않아요.
서로 껄끄럽지는 않은데 아무런 생각이 안드는 정도..? 소가 닭보듯이 본다는 말이 이럴떄 쓰는 거겠죠.
음... 별로 도움이 안되었나요?
이걸 어쩐다. 잠깐만요. 뭔가 더 말씀드릴 수 있을것 같은데..
아아, 그렇지. 아이들의 집 이야기를 해드릴께요.
이 섬에는 TV가 딱 두군데 있는데 그게 마을회관이랑 아이들의 집이거든요.
뭐... 그렇다고 해도 애들이 볼 수 있는 TV는 아니지만요. 그 티비는 아저씨 방에 있거든요.
예, 아이들에게는 할아버지의 방이 되겠네요.
아무튼 그 아저씨가 툭하면 TV가 안나온다고 해서 저를 줄창 부르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러다 한번 우연치 않게 큰아이가 혼나는 것을 본 적이 있었어요.
아마 작은아이가 큰아이 몰래 혼자 놀러나갔던 모양인데.. 사실 이 섬이 워낙 외진데다가 지켜볼 사람도 없잖아요.
혹시나 언덕에서 발이라도 헛딧거나 혼자 대피소까지 올라가보겠답시고 숲에 들어가거나, 등대가는길도 사실 계단이 높아서 좀 힘들거든요.
게다가 부둣가는 또 어떻구요. 예전에야 사람들이 항상 근처에 있었다지만 애가 만약이 실수라도 해서 빠져봐요.
아무도 모른다니까요. 게다가.. 그.. 아시려는지 모르겠는데 원래 작은아이 나이또래즈음 되면 혼잣말을 하면서 노는 시기가 있다면서요?
저도 도렌 교수님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러려니 하려고 하는데 아내는 잘 받아들이지 못하겠는 모양이더라구요.
게다가 테게이 어르신이 말하기를 그런 놀이가 이 섬에서는 좀 안좋은 쪽으로 작용한다나봐요.
뭐.. 이러저러하게 안전적인 이유와 미신적인 이유로 항상 큰아이가 작은아이 곁에 따라다니라고 했었는데..,
아니.. 말이 좀 이상하네요. 작은아이에게 큰아이를 따라가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둘에 세트로 다니라고 헀었는데 집에 큰아이만 덜렁있는 걸 보고 아주머니가 아주 화가 났더라구요.
솔직히, 조금 과하다싶을정도로 애를 몰아치기는 했는데.
그렇지 않나요? 작정하고 몰래 빠져나갔는데 그걸 애가 어떻게 알겠냐구요.
안그래도 그 작은아이 머리가 얼마나 영악한데요.
가끔씩 교수님들 앞에서 제 아버지가 하던짓을 똑같이 따라하는데.. 어휴, 전 솔직히 소름끼치더라구요.
그런의미에서 보자면 큰아이도 그 집 며느리가 그랬던것처럼 입만 꼭 다물고 네, 네.. 하는 것도 꼭 뒷맛이 안좋은 인형극을 보는 기분이에요.
저도 불똥이라도 튈까봐 얼른 나와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잠시 뒤에 아내가 말하더군요.. 작은애가 또 혼잣말하고 놀고있었다구요.
걱정이 되어서 잠깐 말을 걸다가 큰 애가 사색이 되어서 데리러오길래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던데
애들끼리 돌아가던 길에도 작은애가 짜증을 많이 부렸었나봐요.
언덕 올라가는 내내 어찌나 쨰랑째랑했는지 모른다며 아내가 두손 두발 다들었으니 큰애만 불쌍하게 되었죠.
그 어린아이가 벌써부터 양쪽에서 치이고 있다고 생각하면 전 큰 애한테는 동정이 조금 가요.
<젊은 부부의 이야기>
남성 :
이쪽으로 쭉 부둣가를 따라가다보면 하늘색 건물이 보이는데 그게 마을회관이에요.
원래는 학교였는데 수해를 입은 뒤에 레녹스 교수님이 다른 교수님들과 함께 마을회관으로 복구해주셨죠..
말이 마을회관이지 지금은 의료시설겸 관공서에요. 섬 바깥과 연결된 모든 일들을 교수님들이 처리해 주시거든요.
내부는 학급의 모습이 조금 남아있어서 그런지각 방들이 교실처럼 칸칸이 나뉘어져 있지요.
건물도 위에서 내려다보면 이렇게.. 네 8자를 옆으로 뉘어놓은 모양인데 나중에 한번 가보세요.
가운데 뻥 뚫린 부분에 아주 훌륭한 정원이 두개나 있거든요.
양 쪽 정원을 중심으로 5분이 이곳 저곳에 퍼져계시는대 현관 근처의 방은 다 빈방이에요.
오른쪽 외측에 있는게 베이릭시드 교수님의 방이고 그 위가 식당, 식당 바로 옆이 마우러스씨의 방이죠.
그 옆은 레녹스 교수님의 방인데 교수님은 대부분 중앙의 회의실에서 계셔서 그쪽으로 가시는게 더 빠를 거에요.
중앙 회의실은 현관이랑 동측, 서측 복도와 모두 이어진 중앙에 위치한 큰 방인데 사실상 그곳이 교수님들의 주 거점이죠.
서쪽 복도로 나가면 테게이 어르신의 방이고 그 옆이 도렌교수님의 방이에요.
구조는 동측이랑 똑같으니까 헷갈리지는 않으실겁니다. 아, 이쪽도 나머지는 다 빈방이고요.
도움이 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