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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문득 A동으로 부터 들려오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습니다.
빽빽하게 들어찬 나무 숲, 소복하게 쌓인 나뭇잎들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내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다시한번 작은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A동으로 다가갑니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당신은 멀지 않은 곳에 무언가가 웅크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이일지 아니면 무언가 작은 동물일지는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당신은 나무 뒤에 웅크리고 있는 검은 그림자가 아이의 장난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다시한번 작은아이의 이름을 부릅니다.
너니? 하고 당신이 살짝 허리를 숙여 나무 둥치 뒤로 돌아서는 순간 폴짝 뛰어오른 작은아이가 왁! 하는 소리를 내며 당신을 놀래킵니다.
당신은 진심반 장난반으로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섰습니다.
당신이 진심으로 가슴을 쓸어내리자 아이는 깔깔거리며 즐거워하고는 당신의 손을 붙잡으며 어리광을 피웁니다.
아이는 언제고 한번쯤 이렇게 숨박꼭질을 해보고 싶었다며 혼자서 하는 숨박꼭질은 재미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당신은 어딘지 서늘한 느낌을 받으며 혼자서 하는 숨박꼭질은 하면 안된다고 주의를 줍니다.
작은아이는 당신의 말에 입을 삐죽이며 신당할머니도, 엔델리온 사제님도, 큰아이도 항상 그렇게 말해. 그럼 다들 나랑 놀아주면 되잖아. 항상 놀아주지도 않고 안된다는 말만해. 하고 툴툴 거리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아이가 했다는 혼자서 하는 숨박꼭질은 당신이 아는 그 숨박꼭질이 아닌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하는 행동의 대부분은 그것의 의식과 닮아있으며 당신은 어쩌면 아이가 놀이중에 무언가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는 저 곳에서 소리가 들렸다며 당신은 A동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당신은 아이와 함께 A동의 근처를 살피지만 근처에는 사람이 오간 흔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계단위에 나뭇입은 고스란히 모양을 유지한채 쌓여있고 난간이나 손잡이에는 먼지와 빗물에 섞여 흘러내린 진흙자국따위가 가득합니다.
혹시나 해서 문고리를 돌려보지만 A동의 문은 단단히 잠겨져 있습니다.
당신은 작은아이를 돌아보며 어깨를 으쓱 해보입니다.
작은아이는 울상이되어 아닌데, 나 정말 들었는데. 나 거짓말 안했어요.
나 정말로, 정말로 누가 이쪽으로 걸어가는 소리를 들었는데.. 하고 당신의 옷자락을 부여잡습니다.
당신은 우선 아이의 손을 잡고 다독이며 아무도 작은 아이를 혼내지 않을 거라고 진정시킵니다.
당신은 아이가 들었던 것이 다른 소리일 수도 있고 혹은 다른 사람의 발소리 일수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아이는 하지만, 하지만.. 하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당신에게 비밀스러운 것을 알려주듯 발을 돋아 올리며 당신의 귓가에 입을 가져대 댑니다.
작은 아이 : 지금은, 정말 아무도 없어요. 여기에는 선생님이랑 나. 단 둘만 있어요.
아이는 속닥이던 입을 틀어막고는 당신에게 쉬잇.. 하고 속삭입니다.
본관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이는 당신을 내버려 둔채 홀로 본관으로 뛰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