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_Medieval_Library@tabletopaudio.com
당신은 엔델리온 사제의 안내를 따라 예배당의 서쪽 복도로 이동했습니다.
전기를 켜지 않은 탓인지 대낮같이 훤하게 밝혀져 있던 예배당과 달리 복도는 아주 어두컴컴합니다.
엔델리온 사제가 오른쪽에 스위치가 있다고 알려주지만 전등은 여전히 반응이 없습니다.
몇번 달칵거리며 스위치를 움직여 보던 당신은 엔델리온 사제에게 불이 켜지지 않는 것을 알립니다.
엔델리온 사제가 그럴리가 없는데.. 하고 당신에게 다가려는 찰나 반대편 복도에서 희미한 전화벨소리가 들려옵니다.
엔델리온 사제가 당신에게 양해를 구한뒤 전화를 받기 위해 반대편 복도쪽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당신은 멀어지는 엔델리온 사제의 뒷모습을 한번 돌아본 뒤 어깨를 으쓱 들어올려 보이고는 어두운 복도를 향해 나아갑니다.
당신이 오른쪽 손으로 벽면을 짚고 나아가는 동안, 어디선가 희미한 기침소리와 사람의 인기척이 들려옵니다.
소리의 거리로 보아 분명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이 어두운 복도는 기묘하리만치 어두워 한치의 앞도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복도 어딘가 창문이 열려있는지 당신의 코끝에 희미한 바닷바람의 향기가 스치고 지나갑니다.
몇 걸음 지나지 않아 열려진 문으로 새어들어오던 중앙 홀의 빛은 금방 사그라들었고 당신의 앞을 이끌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신은 늙은 노인의 기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조심조심 어둠속을 걸어나가고 있습니다.
한걸음, 두걸음, 당신은 성당에 들어오기전 보았던 성당의 구조를 떠올리며 복도가 그리 길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 냅니다.
어둠속에서 이쯔음이면 문에 다다르지 않았을까, 당신이 벽에서 손을 떼고 앞을 더듬어 보자 손끝에 무언가 축축한것이 살짝 스쳤다가 사라집니다.
분명 무언가가 닿았다고 느낀 당신은 저도 모르게 손을 움츠리지만 당신에게서 멀어진 것은 어둠속의 그 무엇도 마찬가지 입니다.
벽? 아니면 화초같은 것? 당신의 마음속 한 구석에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오르지만 여전히 늙은 기침소리는 멀리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끼익 거리는 무거운 지팡이소리와 함께 탁, 하고 누군가의 발소리가 복도에 내려섰습니다.
탁, 그리고 끼익. 다시한번 탁, 그리고 또 끼익.
발소리는 느리게 움직이며 당신에게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멀어지는 발소리를 향해 향해 메이븐 사제님? 하고 말을 겁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두어번의 기침 뒤에 네, 제가 메이븐입니다만..? 하는 대답소리가 들려옵니다.
당신이 서 있는 반대편에서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희미한 빛이 나타났습니다.
불이 켜진 방에서 고개를 내민 메이븐 사제가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신은 스위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자리에 서서 메이븐 사제의 방의 오른 쪽에 있는 복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둠속에서 멀어지던 발소리가 기묘한 바람소리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당신이 발소리가 멀어졌던 내측 복도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 메이븐 사제가 당신에게 알반에서 온 사람인지 묻고 있습니다.
당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메이븐 사제의 방쪽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당신은 발소리에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섰습니다.
당신이 물러서는 순간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등 뒤에 무언가 차갑고 딱딱한 것이 닿으며 딸깍 하는 소리를 냅니다.
당신은 얼떨결에 등으로 누른 스위치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메이븐 사제의 방을 발견합니다.
당신은 심호흡을 하며 발소리가 멀어진 방향을 가늠해 보려 하지만 머리가 어지러워 제대로된 사고를 할 수가 없습니다.
불이 켜진 것을 눈치챘는지 방 안쪽에서 지팡이 짚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지팡이에 의지해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선 메이븐 사제가 문을 열고 주변을 살피다가 당신을 발견했습니다.
메이븐 사제는 잠시 당신을 바라보더니 아아, 알반에서 오셨다던 그.. 하고 당신에게 반갑게 웃어보입니다.
당신이 자기소개를 하며 메이븐사제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어설프게 눌려있던 스위치가 달칵 하고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갔습니다.
밝혀져 있던 복도가 한 순간에 어둠에 잠겨 버렸지만 메이븐 사제는 신경쓰지 말라며 방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어디선가 기묘한 바람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내 사라져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