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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히 잠든 새벽.
갑자기 찾아온 깊은 피로감에 눈을 감고 있던 당신의 코에 낯선 향기가 스쳐지나갑니다.
갑갑하고 숨이 턱 막히는 낯선향기는 나무를 태우는 냄새라기보다는 무언가가 썩어가는 냄새에 가깝습니다.
냄새는 당신의 머리맡에서 풍겨지며 고개를 돌려 솜이불에 코를 박아도 여전히 그 향이 느껴지는 기분입니다.
흔들리고 흩어지고 다시 뿜어져 나오고 또 흩어지고.
숨을 쉴때마다 오히려 산소를 빼앗기는 것 같은 답답함에 결국 당신은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킵니다.
멍한 머리속 어질거리는 시야에 흔들리는 화로의 불빛이 보입니다.
눈을 깜빡이던 당신은 어쩐지 화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은 착시를 경험합니다.
당신이 숨을 쉬는 입김에 따라 그리고 방안에 스며들어오는 파도소리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연기가 당신이 앉아있는 이부자리 가까이 흘러들어옵니다.
지독히도 강렬한 냄새에 후각이 둔해져 원래의 향의 냄새를 기억해 낼 수 없지만 이 냄새가 당신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당신은 숨을 들이마시지도 내쉬지도 못한채 한쪽 머리를 움켜쥐었습니다.
숨쉬는 법이 생각나지 않는듯 당신은 다소 어설프게 입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코로 내뿜기를 반복합니다.
코로 내쉬는 날숨이 답답한지 당신은 얕은 숨소리를 헐떡거리며 입으로 숨을 내뱉습니다.
어지러운 머릿 속, 파도소리가 가득 들려오고 있습니다.
일어서지도 다시 눕지도 못하는 당신이 안절부절 못하며 주변을 둘러보던 도중 정수리에 어디선가 불어온 차가운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맑고 청량한 바깥바람의 존재를 떠올린 당신은 이불에 눕기전 발견했던 작은 환풍용 창문을 떠올립니다.
당신의 머리 위에 빛나는 창문이 놓여져 있습니다.
지금 창을 연다면 이 향의 연기를 흩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