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섬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촌장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뒤 대답을 시작합니다.


<촌장의 이야기>

촌장 : 


이 섬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네. 이 땅은 원래 사람이 살 수 없는 섬이었거든.

무인도.. 에 가까웠지. 무인도라고 할 수도 있었네.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이 섬은 행정상에서는 아무도 살지 않는 섬이었어.


지형이 험하거나 접근하기 힘든것은 물론이지만 애초에 이곳은 사람이 사는 용도의 지역이 아닐세.

그러한 섬에 왜 마을을 만든 이유는 여러가지 설이 있었다네.

무언가의 실험을 한다던가, 무엇으로부터 도망을 쳐왔다던가, 혹은 무언가를 가둬놓기 위해서라던가.


하지만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아무도 모르네.

우리들은 어디까지나 높으신 들의 권유에 따라 이 섬에 흘러들어오게 되었고 자리를 잡기 위해 필사적이었으니까.

다행스럽게도 지원은 충분했네. 가깝게는 벨바스트에서, 멀리는 라흐의 왕성과 타라의 교황청도 

그들은 우리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어. 내가 그 이야기에 대해 전해들었던건 아주 어렸을 적의 일이었거든.

내가 촌장이 된 이후에는 그 이야기는 선대에서 끝내기로 마무리되어있었지.

나는 그것이 자비가 아니라 무언가의 대가라고 생각했다네.

그리고 그 연장선인지 몰라도 라흐의 연금술사들은 이 섬의 향을 대단히 높은 가격에 매입해가고 있었지.

지금도 소량이지만 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네. 뭐, 그런쪽은 마을회관에서 처리하니까 나는 잘 모르겠네만


아, 하지만 이 섬에서 나는 향이 고가에 팔리고 있다는 이야기는 비밀로 해주길 바라네.

우리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아무래도 신경쓰이는 몇몇이 있거든.

돈이 궁한 젊은 부부도 있고, 외부에서 온 화가선생도 있지, 그리고 음... 그 둘은 어디로 튈지 몰라서 말이지.
혹시 아는가? 향에 대한 값어치를 듣고 한밤중에 산을 헤집고 다닐지?
안그래도 사람이 적어져서 불안정해진 섬에 그런 위험한 가능성을 남겨두고 싶지 않네.

아무리 겁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숫자 앞에서 달라지는게 사람 마음이지 않나.

그러니 이 이야기는 그냥 자네만 알고 있어. 



그리고...

어디까지 이야기 했더라?

아 그래. 왜 이섬에 사람이 살지 않았었는가. 그리고 이러한 향따위의 민간신앙이 왜 이렇게 만연해 있는가.

왜 사람이 이곳에 살지 않았는가에 대한 것은 의외로 명확하게 알려져 있네.

다만 인정받지는 못하지. 그래. 이건 그저 섬에 떠도는 민담이거든.


이곳은 본디 경계가 얕은 곳에 떠 있는 섬일세.

이승과 저승, 이 세상과 저 세상. 산 것과 죽은 것의 경계위에 부표처럼 떠있는 섬.

파도가 잦아들면 자네에게도 길이 보일 걸세. 칠흑같은 어둠속 얕은 바다아래, 파도사이로 조금씩 보이는 섬의 길이.


자네라면 어찌하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혼란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지표가 있다면

자네는 그 빛을 믿고 그곳으로 갈텐가? 아니면 한번 더 망설이며 귀를 기울여볼텐가.

만약 그 빛이 바다로 이어진다면, 건널수 없는 길이라면, 하지만 그곳 밖에 길이 없다면.


그게 바로 이 섬의 진짜 정체라네.

이 섬에는 길이 있다네. 그리고 그 길은 평소에는 보이지 않지.

마음이 다급할 수록, 눈앞이 혼란스러울 수록. 검은 파도는 거칠게 일며 사람의 발걸음을 흐트러트린다네.

자네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사람의 길인지, 죽은자의 길인지. 우리들은 분간할 수가 없네.

걸어보기 전에는 확신 할 수 없지.


그 모든 것을 밝힐 빛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저 절벽 높은 곳에 있는 붉은 신의 사당, 그리고 바다의 길을 비추는 등대도 아닌

자기 자신의 믿음뿐일세.





촌장이 섬에 대해 설명해주는 동안 할머니가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촌장의 눈짓에 당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건너편 방으로 향했습니다.














잠자리가 마련된 손님방으로 이동하자 방 안에는 할머니가 차려준 밥상이 차려져 있습니다.


메뉴는 방금 무친듯한 부추무침과 나물 두어가지, 붉은기를 띄는 소금, 그리고 팥밥입니다.

닭고기가 들어간 국을 발견한 당신은 뭔가 싱숭생숭해진 기분으로 닭다리를 집어듭니다.


붉은 기를 띄는 소금을 찍어 감칠맛이 강조된 닭백숙은 아주 부드럽고 기름진 맛입니다.

고소한 백숙국물 함께 당신은 순식간에 밥을 한공기 뚝딱 비워냈습니다.

식사를 끝낼때까지 싱숭생숭해진 기분을 지우지 못한 당신은 다 먹은 상을 부엌별채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방에 들어간다.

+ Recent posts